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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6

갈라파고스- 물고기를 위한 자동차 디자인

 

아침 7시 나를 비롯한 여러 여행객들은 바다에서 조금 떨어진 선착장에 앉아 있다. 나는 방수 처리가 된 공책을 펴 든다. "기대가 되는데." 핀치(참새목에 속하는 조류) 무리가 하늘을 난다. 갈라파고스 군도에는 열세종의 핀치가 있다. 내가 본 것은 선인장 핀치였다.

우린 노란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물속으로 잠수한다. 동그란 창을 통해 수면이 지나가고 마치 숨 막힐 것 같은 느낌으로 아득하게 내려간다. 쥘 베른의 해저 2만리에서 나오는 장면 같다. 햇살이 일렁이며 물을 투과하여 일렁거린다. 정말 경이로운 광경이 창으로 보인다. 나는 연신 메모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물고기들이 수없이 창 앞으로 지나다닌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생각. 저 물고기들도 우리처럼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 싶지 않을까? 우린 장치를 고안해서 물속으로 갈 수 있잖아. 그래 내가 그 장치를 만들어 보자. 

다시 땅으로 돌아온 나는 열심히 도면을 그려 나갔다. 그래 역시 자신들과 닮은 모양이 더 친근하겠지! 그리고 더러운 공기와 먼지들이 들어가지 않게 방독면을 씌워야겠어. 뚝닥뚝닥 자동차가 만들어진다. 앞쪽에 있는 운전석 및 전망용 창은 잠수함 회사에서 빌려준 방수용 둥근 창을 붙이기로 했다. 엔진은 20년이나 된 중고차에서 찾아내서 붙였다.

마침내 완성된 자동차를 견인하여 바다로 가지고 나갔다. 내가 자동차를 만든 곳은 바다에서 5킬로미터나 떨어진 곳 이여서 민박집의 비쿠냐(낙타같이 생긴 남아메리카산 포유류) 3마리가 끌어서 2시간 만에 도착했다. 모래사장 너머에 바위틈에는 바다사자들이 햇볕을 쬐고 있었다. 나는 자동차의 내부에 바닷물을 채우고 물고기들을 넣어 주었다. 그들은 조금 경계하더니 이내 자동차 안을 즐겁게 돌아 다녔다. 그날 물고기들은 3시간동안 자동차 드라이브를 하고 나서야 다시 바다로 돌아갔다. 

 

                                                                                                                                                                                                - 나의 여행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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