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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9

오리 비행선

 

늦은 밤 강가로 나간다. 일렁이는 강에는 청둥오리 여러 마리가 떠 있다. 나는 새들을 보면 항상 여행이 생각난다. 시베리아의 벌판이 그리워진 나는 오리를 잡는다. 오리는 원래 먹이를 꿀떡 삼켜서 먹는다. 물고기도 그렇게 먹고 비계덩이도 그렇게 먹는다. 강한 위산이 먹이를 소화 하지만 오렌지 보다 큰 비계덩이는 오리의 직장으로 이내 빠져나와 버린다. 새들의 직장은 굉장히 짧다. 비행을 위해선 무게감량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계가 미끄러운 탓 일게다. 아무튼 나는 이 특성을 이용해 오리를 잡는다. 긴 로프를 말뚝에 매고 큰 비계덩이 하나를 로프의 끝에 달면 그만이다.

아침에 일어나 비행용 외투를 입는다. 마후라를 두르고 강가에 간 나는 7마리의 오리가 꾀어진 로프를 정리한다. 쇠말뚝 매듭으로 로프의 끝은 마무리 하지 않으면 하나 둘씩 오리가 빠져버려 비행 중 곤란한 상태가 된다. 오리들에게 약간의 치즈과 비스켓을 제공했다. 오리들은 물고기를 요구 했지만 나는 러시아에 도착하면 놓아줄 것을 약속하고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하는 오리들을 달랬다.

약간은 거친 이륙을 하고 로프에 매달린 채 비행하던 나는 장대하고 누런 강과 길고긴 장벽을 넘어 광활한 모래 언덕과 푸른 습지를 지나 마침내 숲에 도착했다. 

오리들과 헤어진 나는 숲으로 들어간다. 5Km를 걸어가니 맑은 시내가 나오는데 물맛이 꿀맛 같았다. 너구리의 이야기로는 그물이 아리수라고 했다. 두 개의 동산으로 된 그 숲은 양지 바른 남쪽에 낙엽송이 있고 대부분은 전나무와 소나무로 된 전형적인 냉대산림 이었다. 장거리 비행 때문인지 몸에 한기가 들어 모닥불을 지폈다. 넝쿨과 이끼를 모아서 해먹을 만들고 그 위에 몸을 뉘었다. 

 

 

                                                                                                                                                                                              - 나의 여행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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