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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코라 빠져들기

Dive to the kaikoura

 

지구의 생성 이후 물질과 생명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해 왔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관심과 해석이 바로 내 작업의 배경이다. 최근 작업에 등장하는 세 가지 지명은 인간과 자연의 상관관계를 해석하는데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갈라파고스는 다윈의 진화론을 발견한 동태평양상의 군도이다. 비글호의 상륙이후 약 2세기동안 급격한 식생의 변화를 격었는데, 그 원인이 바로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자연계 균형의 붕괴 때문이다. 수만년 동안 유지되었던 균형이 불과 200년 만에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마리아나 심연은 필리핀 근해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바다이다. 그곳은 인간의 영향이 전혀 미치지 않은 처녀지이다. 무인 잠수정을 통해 볼 수는 있으나 아직까지 인간이 개입할수 있는 여지는 없다. 마지막으로 카이코라는 뉴질랜드 남섬의 동안에 있는 포구이다. 해저 지형의 기복이 매우 기묘해서 대륙붕이 없이 바로 심해가 해안가부터 시작되는 깊은 절벽이 숨어있는 바다이며 고래들이 해안에 근접하여 먹이 활동을 하는 곳이다. 이곳을 여행하며 인간과 자연의 존중에 대해 가장 완전한 곳이라고 느낀 곳이기도 하다. 마을의 사람들은 마치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듯 했다. 고래와 같이 수영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즉,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부호로 도식하자면

     갈라파고스    인간>자연

     마리아나         인간<자연

     카이코라         인간=자연           으로 표현 할수 있다.

전작들에서 슬라이드 프로젝트의 영상과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로 ‘갈라파고스의 식생변화’를 경고하는 직접적인 의미전달의 방법에서 벗어난 정적이며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유기적 형태의 마리아나의 심해생물과 카이코라에서 본 잠수직전의 향유고래를 미래 지향적 인간과 자연의 공간을 연상하여 제작했다.

전체적인 공간은 물속을 유영하는 비어있는 듯 꽉차있는 느낌을 감상자에게 제공하기 위해 덩어리들을 매달고 조명의 조도를 낮추어 특정부분만 비추어 공간을 구성하여 그림자의 형태와 위치를 조절해 입체감과 공간감을 극대화 했다. 심해 생물의 심비로움을 적절히 표현하기 위해 샤프니스가 강한 듀랄루민을 이용하여 골조를 만들고 투명한 필름을 덮어 유기적 덩어리를 완성 했다.

제작은 3D를 이용하여 구상한 형태를 구현하고 그 단면을 레이저 절단했다. 절단된 조각을 용접하여 형태를 제작하고 PVC계열의 필름을 절단 부착하여 마감했다. 작업은 각 개체에 대한 의미보다 연출되어진 공간의 느낌에 중점을 두고 제작했다. 즉 감상자의 느낌을 제한하는 주제의 강요 없이 있는 그대로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했다.

 

박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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